해가 참 따듯한 어느 4월 날. 해 뜨는 거 보겠다고 통영까지 열심히 달려왔다. 통영에 도착한 시간은 04시경,, 일출은 2시간이 남았다. 배가 고프지만 마땅히 뭐가 먹고 싶다기보다 너무 졸렸다. 그래서 차를 주차장에 잠깐 새워두고서는 차 안에서 잠이 들었다. 정말 잠깐 잠이 들었지만 밀려드는 피로감에 내 눈은 정확히 3시간 뒤 해가 쨍쨍한 오전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눈을 뜨자마자 든 생각은 "일출을 못 봤네" 보다 "배고프다"였다. 전날 밤에 대전에서 먹은 가락국수 한 접시가 그날 식사의 전부이기에 허기짐을 달래줄 무엇인가가 필요했다.
통영? 충무?
통영에서 군부대를 나왔다고 그래서 이 지역에 추억이 무척이나 많다고 귀가 닳도록 들었던 필자는 친구 놈의 제2의 고향에서 굶주린 사슴처럼 초롱초롱 눈망울로 그에게 기대감을 힘껏 뽐내고 있었다. 심지어 운전병이었으니 통영바닥은 아예 꿰뚫고 있는 거 아니겠는가? 밤을 지새우며 통영까지 열심히 달려온 나를 위해 친구가 운전대를 잡았다. 물론 친구는 자신의 군생활을 추억하고 회상하며 드라이브를 하는 것이지만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드디어 운전대에서 해방되었는데. 그렇게 난 친구의 두 손에 운명을 맡겨 조수석에서 반쯤 풀린 눈으로 전방을 주시하며 허기를 달래주고 있었다. (속마음으로 달래주고 있었다 ㅋㅋㅋ) 30분 넘도록 드라이브를 했지만 친구는 통영에서 이른 시간에 식사를 하는 곳은 이 "충무김밥"밖에 없다고 했다. 필자는 지금까지 충무김밥을 왜 사 먹는지 이해하지 못하였었기도 해서 아침메뉴로는 매우 부적합하다고 판단이 되었지만 난 지금 몹시 배가 고파서 판단력이 흐려졌다. 그래 충무김밥이라도 먹어야지. 무말랭이에 맨밥에 김 먹는 게 나쁘진 않지 합리화를 하며 말이다. 근데 충무김밥집이 줄 비해있다. 아니 이 동네는 왜 이렇게 충무김밥을 좋아하지?
충무김밥은 사실 우리나라 옛 행정도시 경님 충무시에서 유래한 김밥이다. (충무공 이순신의 활동지) 왜 충무김밥이라는 음식이 파생되었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두 가지 설로 나뉜다고 한다. 두 가지 설의 공통된 점은 제대로 된 냉장시설이 없어도 보관에 용이해야 하며 뱃 일 나가서도 쉽게 먹을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한마디로 충무김밥은 험한 야외에서 먹어야 맛있다는 뜻인가 보다.
주소(위치)
- 주소 : 경상남도 통영시 통영해안로 327 (통영시 중앙동 129-1)
- 영업시간 : 05:30~21:30
- 오시는 길 : 강구안 광장 거북선을 마주 보고 오른쪽
- <포장 ok> <혼밥가능> <연중무휴>
위에서도 설명했지만 이 지역에는 충무김밥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 비해있다. 원조라는 이름과 최초라는 이름은 다들 흔해빠졌다. 그리고 충무인이 아닌 타 지역인으로써 어느 식당의 충무김밥이 더 맛있고, 더 맛없고는 별 차이 없고 맛은 결국 다 비슷할 거 같다는 생각이다. 이 집 바로 왼쪽 편에도 충무김밥의 최초라는 집이 있었는데 손님들이 식사 중이셔서 할매김밥집으로 선택했다. 옆집이 뚱보할매라는 원조집인데 이 식당의 원주인께서는 그분들과 알고지내신 사이지 않았을까?
가게 내부
좌석은 입식과 좌식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다. 내부 인테리어는 원목을 사용함으로써 차분하고 깔끔한 분위기를 준다.
백 년 가게 인증 충무김밥 집이다. 백 년 가게란 "단일 제조업을 제외한 모든 업종 중 30년 이상 업력"을 가지고 있는 인증표와도 같은데... 요즘은 20년 정도 되어도 선정 및 발급해 준다는 이야기가 있다. 왜냐하면 정부의 기준을 완벽하게 통과할 수 있는 노포가 얼마나 되겠는가. 노포+백 년 가게 = 어느 정도 위생이 인증된 가게 정도?. 또한 영화 "통영에서의 하루"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가게 한편에는 영화포스터가 당당히 걸려 있고 그 옆에는 故김복순 할머니의 由來(유래)가 적혀있다.
김복순 할머니 由來 6. 25 전쟁 때 이북에서 내려와 거제도에 정착한 김복순 할머니는 옛 충무(통영)에 터를 잡게 된다. 할머니는 1952년께 당시 충무 선착장을 거쳐 부산, 여수 등을 오가는 여객선 또는 어촌 특성상 생계를 위해 고기잡이 나카는 어부들을 상대로 김밥을 말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보따리장사를 시작했다. 하지만 금방 쉬어버리는 말이 김밥으로 인해 맨김에 밥을 싸고 섞박지와 꼴뚜기를 매콤한 양념에 무려 대꼬챙이에 끼워 낸 충무김밥이 만들어지게 된다. 그리 하여 70년도 중후반 현 문화마당(강구안) 자리에 3평 남짓한 가게를 얻어 본격적으로 장사를 시작하게 되었고 오랜 노력 끝에 맛집으로 자리 잡아 건너편 가게로 확장 이전하게 되었는데 이곳이 바로 그 가게이다 그 시절, 3평 가게는 추억과 함께 사라지고 없지만 현재 김복순 할머니의 며느리와 손자가 그 손맛을 물려받아 3대를 이어 가게를 운영해오고 있다.
식사시작
주문하고 음식을 받기 직전까지 무말랭이와 맨김+밥만 나오는 줄 알았는데 이게 웬걸? 섞박지와 오징어 볶음? 무침? 이 나왔다. 국물도 함께 주셨다. 무말랭이와 비교했을 때 큰 차이는 없지만 반찬이 하나 더 있다는 게 기분이 좋았다. 충무김밥 포스트를 하고 있다 보니 충무김밥에 대해 조금 찾아봤는데, 서울식 충무김밥이 생기게 된 계가가 1981년도에 있었다고 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국풍 81"이라는 대규모 축제행사 때에 뚱보할매 (지금 김밥집 옆집)를 초청하여 충무김밥을 판매하였는데 3시간도 지나지 않아서 700인분 이상이 되는 양을 판매했다고 한다. 그 인가를 보고 발전해 나간 게 지금 서울의 충무김밥이라고 한다. 원조와 아닌 것 둘 다 먹어봐도 사실 큰 차이는 없다.
총평 - 내돈내산 솔직 후기
총첨 :★★☆☆☆ 2.0/5점
- 충무김밥의 유래는 생존. 맛과 멋에 치우치지 않은 그런 원초적인 음식의 재질
- 집에 있는 김과 밥. 집에 남은 김치와 함께 먹어도 같은 맛.
- 추억이 있다면 추억의 맛으로 먹을 수 있을 맛
- 추위에 떨며 밥을 먹어야 한다면 충무김밥 추천. (+컵라면 하나 같이 있으면 미슐랭 스타 안 부럽다)
- 재방문 의사 : 있음. 식당 자체는 관리가 훌륭한 편. 충무김밥이라는 음식 자체의 단점에 의한 감점 - ★X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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